주요 경력사항 2005.09.~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부교수 2006.09.~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부원장 2006.03.~ 계량경제학회 미시분과 간사 2003.~2004.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차장 2002.09.~2005.08.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조교수
한순구 연세대 교수, 게임이론 전문가 -2015. 5. 20
한순구(47)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도에서 넥타이를 매면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키 182㎝에 산만한 몸이 복도를 반쯤 메웠다. "이사 중이라 연구실이 지저분하다"며 푸근하게 웃을 땐 큰형 같았습니다.
그의 연구실 한쪽 벽면은 학생들이 보내준 형형색색의 롤링페이퍼들이 빼곡이 붙어 있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한 교수의 문가엔 학생들이 놓고 간 카네이션과 감사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
5월 15일 서울 신촌 연세대 상경관에서 한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4월까지 입학처 부처장으로 있다가 글로벌인재 학부장이 됐다. 급증하는 외국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한국어로 수업하고 학위까지 주는 학부의 장이 된 것이랍니다.
한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부원장과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게임이론, 산업조직론, 법경제학이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경제학 비타민' '창의적인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경제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 복지 재정 등 복잡한 사안들을 게임이론으로 해석한다. 전략적인 한 교수가 내린 인생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입니다.
◆ '인생의 모든 것은 게임'… 게임 이론 전문가
한 교수의 박사논문 제목은 '응용 게임이론에서의 세가지 사례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와 맥킨토시처럼 경쟁하는 제품 중 누가 살아남으며, 살아남을 경우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변할지 등을 다뤘다.
한 교수가 설명하는 게임이론은 전통 경제학의 수요-공급 곡선으로 해결 못하는 전략적 상황을 분석한다. 특히 과점(寡占)이나 자원이 희소한 상황에서 최적 분배-생산 조건을 수학적으로 분석한답니다.
예를 들어 사과가 굉장히 많으면 그 중 3개를 먹어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수요-공급 곡선의 영역이다. 하지만 무인도에 사과가 20개 밖에 없는 경우 3개를 먹으면 이후 소비행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게임이론의 영역이다. 화투나 카드 게임에서 옆 사람이 좋은 패를 쥐면 나에겐 나쁜 패가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론은 기업간 행위를 분석하고, 규제가 국가에 이익되는지를 따지는 공정거래 업무에 적용된다. 수출입 개방 품목과 관세율을 정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경영인이 기업 소유주 의중을 반영 못하는 '대리인 문제', 특허-기술개발 문제 등의 해결에도 적용된답니다.
한 교수는 "모든 학문은 이과에서 문과로 전해졌지만 유일하게 문과에서 이과로 수출된 게 게임이론이다"며 "진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이 게임이론을 주로 가져다 쓴다"고 말했다. 두 종이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어떤 종이 살아남고 도태되는지, 살아남는다면 어떤 비율로 살아남을지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진화생물학은 게임이론을 차용한다는 설명이었다.
한 교수는 바이러스의 잠복기에도 게임이론 전략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에 걸리면 몇 일안에 피를 토하며 사망하지만 에이즈의 경우 감염돼도 10년 이상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에이즈가 정말로 꾹 참고 기다리는 데엔 이유가 있다"며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