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는 1959년생(64)으로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국 선교사 집안의 후손이랍니다.
인 교수의 가문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의 외증조부 유진 벨씨(한국명 배유지)는 19세기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당시 호남지역 선교 및 교육, 의료 활동을 이어온 선교사다.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 광주기독병원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답니다.
조부인 윌리엄 린튼(인돈)은 일제 강점기 선교사이자 교육자로서 1919년 전북 군산 만세운동을 지도하고 국제 사회에 3·1운동의 지지를 호소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인 휴 린튼(인휴)은 6·25 전쟁 인천상륙작전에 미 해군 대위로 참전한 이력이 있다. 또한 전남 순천을 중심으로 활동한 선교사이자 순천기독치료소를 설립해 결핵퇴치에 헌신한 인물로 평가된다.
한편, 인 교수는 가문이 한국에서 교육·의료활동 공헌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 대상자로 선정됐다. 인 교수는 1980년 대학 재학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의 외신 영어 통역 활동을 한 이력이 있으며, 1987년 서양인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1995년 북한 결핵사업 지원을 위해 형제들과 유진 벨 재단을 설립해 북한 결핵퇴치사업에 나섰으며, 200여개의 결핵진료소를 북한에 설치하기도 했답니다.
인 교수는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박 후보 당선과 함께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내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 - 우리가 잃어버린 1%'를 주제로 강의를 펼치며 지도부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그는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랍니다.
지난 27일 1차로 발표된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명단에서 '인요한'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지리산이었다. 지리산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도 "인수위원회 명단에 인요한 씨의 이름을 보는 순간 지리산 왕시루봉 별장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인요한씨는 국립공원 지역인 지리산에 일반인으로는 유일하게 오래된 별장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인요한 박사는 선거운동 도중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새누리에 가서 얻을 게 없다. 대선이 끝나면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새누리당에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그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지리산 왕시루봉에 있는 별장이다.
국립공원 생태보존 지역에서 별장 활용하고 있는 인요한 박사
지리산 왕시루봉 별장을 설명하려면 우선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00년대 조선에 들어온 외국 선교사들 중에는 풍토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겨났다. 어린 아이들이나 가족들이 질병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이들을 파견한 선교기관은 조선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선교사들은 철수하는 대신 조선총독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리산 노고단에 휴양지를 만들었다. 해발 1000m 고지에 있을 경우 풍토병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활용한 것이었다.
숙박시설과 함께 테니스장, 수영장 등과 발전시설이 마련됐고, 풍토병 예방을 목적으로 조선인들의 출입도 철저히 가로막았다. 1940년 외국인 선교사들이 강제 출국당하면서 휴양시설은 해방 후 적산 처리됐다. 이후 한국전쟁을 전후해 모두 파괴됐다. 지금도 지리산 노고단 주변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1950년대 인요한 박사의 부친인 휴 린튼 선교사 등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대체 부지를 물색했다. 1962년 왕시루봉에 있는 서울대 학술림 안에 외국인 선교사들을 위한 별장이 마련됐는데, 건물 소유권은 서울대가 갖는 대신 관리 권한은 선교사들이 맡는 조건이었다. 옛 노고단처럼 숙소 외에 교회와 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마련됐다. 실질적인 관리 책임자는 휴 린튼 선교사였으나 1984년 그의 사망 후 인요한 박사가 책임을 맡아 이 별장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현재 지리산 왕시루봉은 국립공원지역으로 자연환경보전지역이기에 일반인들의 입산이 금지된 곳이라는 점이다. 만일 일반인들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허락 없이 입산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곳이다. 자연안식년제 기간이 오랜 기간 적용되고 있는 지역이다.
2003년 감사원은 토지 소유주인 서울대 측에 '사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2004년 2월까지 국유재산 유상사용 허가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휴양소 건물을 철거하라'고 통보한다. 하지만 인요한 박사가 선교사들의 유적이라며 개신교 단체들과 함께 보존 대책을 모색하면서 지금까지 철거가 유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 박사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보존하기 위해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열어 문화재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하 보존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인요한 박사는 현재 이 단체의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관련단체 회원과 교계 인사 등 100여 명이 왕시루봉에 올라가 설립 50주년 예배를 드리며 올해 안에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답니다.
환경단체 "지리산 별장 보존요구는 특권적 발상에 불과"
인요한 박사와 보존연합 등은 노고단과 왕시루봉의 별장이 선교사들의 역사가 깃든 곳이므로 이유로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복원과 보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고단의 경우 조계종 화엄사와 맞닿아 있어 종교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어 복원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 1999년 기독교계가 정부부처에 청원해 복원을 꾀했지만 서울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반대에 가로 막혔다. 당시 서울대 측은 "자연환경복원 시험과 생태계보존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산림보호를 하고 있어 복원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2003년 감사원이 철거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이후 다시금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장로 대통령의 종교 편향 논란'이 생기면서 힘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복원 대신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존 주장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 시선이 엇갈린다. 노고단 수양관의 경우 선교 유적지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미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모두 소실된 상태다. 따라서 복원이 아닌 보존의 의미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흉물과 같은 것을 남겨두고 기독교의 유적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생각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1920년대 노고단 수양관이 지어졌을 때 선교사들이 산을 직접 걸어서 오른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가마나 지게를 타고 올라 다닌 것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종교 간 갈등을 우려해 간단한 기념 표식 정도만 설치하는 게 낫다는 것이 보존에 공감하는 일부 인사들의 의견이기도 하답니다.
핵심은 왕시루봉 별장인데, 이곳의 경우 1962년 만들어졌고 선교사들의 휴양지로 이용돼 왔을 뿐 특별한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름휴가철 일반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제한하는 곳임에도 외국인 가족들만 특혜를 입은 듯 입산을 허용해 휴양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지역 산악인들의 불만도 크다. 인요한 박사가 어린 시절 자라 추억은 있을지 몰라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인 박사와 보존연합 측은 '건물의 건축양식이 특별하다'는 등 보존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보존이 필요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 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굳이 자연보전지역 내에 흉물과 같이 방치된 건물을 보존하겠다는 것은 지리산 별장을 계속 유지해 활용하겠다는 특권적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랍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의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허가 없이 접근할 수 없는 법정 탐방 금지 구역인 곳을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며 생태 보존 지역을 훼손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유적이라면 차라리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산 아래쪽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 시기 비슷한 건축물들이 다른 곳에도 많이 있다. 만일 왕시루봉 별장이 문화재로 보존 가치가 있다면 이전이 마땅하며, 그곳에 있는 시설물들은 생태복원을 위해서라도 속히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문화재 등록 여부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왕시루봉 외국인 별장의 경우 2007년 등록문화재 신청이 있었으나 소유주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등록문화재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건물 소유주인 서울대의 허락 없이는 문화재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로 인정될 경우 보존을 위한 예산도 집행된다"면서 "최근에 문화재 지정신청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